굿윌헌팅의 ‘숀’ 교수를 찾아서
(탁월한 상담사 구별법)
“좋은 상담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상담에서 특별히 얻는 건 없어요. 그냥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좋아서 가는 거죠.” 탁월한 상담사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종종 바보 같은 상담사와 어리석기 짝이 없는 관계를 지속하는 경우가 있다. 마치 상대에 대해 특별하게 흥미가 있거나 얻는 바도 없지만, 외롭고 대화상대가 필요해 일주일에 한 번 의무적으로 데이트 약속을 잡고 나가는 느낌이랄까. 많은 사람들이 실력 없는 상담사를 만나 ‘상담은 이런 거군. 역시나 도움이 되지 않아’라고 진정한 상담의 효과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석사 졸업장과 자격증만 따면 상담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으로 사회 경험과 삶의 지혜가 부족한 상담 전공자들이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다. 나는 상담을 통해 뒷통수를 한 대 크게 얻어맞은 것처럼 ‘진짜 문제’, 내가 가진 문제의 근원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랬다. 과거에만 머무르는 상담이 아니라 과거에서 비롯된 현재의 문제들을 현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앞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랬다. 내가 경험한 탁월한 상담은 바로 이런 것들이 충족되는 상담이었다. 난 상담 중간중간에도 때때로 감탄사를 내뱉곤 했다. 새로운 통찰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마치 스파를 한 듯 온 몸과 정신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준다. 문제는 이런 상담자들을 주변에서 찾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자신의 유능함에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1급 자격, 슈퍼비전을 주는 교수님들에게도 상담을 받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상담도 많았다. 그럴 때면 그저 문제가 다 잘 해결된 것 마냥 거짓말로 상담을 종결하곤 했다. 제정 준비 중인 ‘심리서비스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 정말 전문성이 있는 심리 상담자들에게 양질의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당연히 전문인과 비전문인의 구분은 법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자격만 전문가가 아닌 ‘상담은 이런 것이다’는 것을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줄 진정성 있고 유능한 상담 전문가들이 더욱 많아지고 부각되어야 한다. 정신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건 그 누구보다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이다. 하루하루 투쟁하며 열심히 살아가는데 정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되려 더 이상하지 않는가? 상담은 심각한 정신질환 혹은 마음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 자신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를 더욱 건강하게 맺기 위해 상담은 모두에게 유익하다. 우리는 상담을 통해 이직, 퇴사, 창업, 이혼 등 삶의 도전적인 선택과 위기의 순간에 훨씬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나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성찰을 통해 나의 삶을 바로 보게 해주고, 스스로 행동을 수정할 수 있도록 돕고, 삶의 질을 높이는 지혜와 통찰력을 갖게 하기도 한다. 또한 이혼이나 가족의 상실 등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 시간을 보다 덜 고통스럽게 보내고, 새로운 삶의 의미와 소망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점은 상담의 크나큰 유익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정신건강에 있어서는 정말 그렇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면 좋은 상담사를 찾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상적이고 훌륭한 치료사, 무엇보다 내 마음에 맞는 상담사를 찾아야 한다. 상담사와 만나는 시간이 영 찝찝하고 꺼림칙한 기분이 든다면 내 느낌을 존중해야 한다. 아무리 그가 일류대학에서 상담학 박사를 했고, 유명한 사람이라도 나에게는 도움이 될 수 없다.
유능한 상담사들은 어떤 특성이 있을까. 또 우리가 상담 세션을 최대한 활용하고, 상담이 효과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는 지 평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담자 경력 10년 이상의 프로 컨슈머들이 꼽은 유능한 상담사의 첫 번째 역량은 바로 첫 회기 때의 구조화 능력이었다. 상담사는 전문적으로 훈련된 경청자이다. 이들은 현재 내 마음을 괴롭히는 ‘진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조력하는 사람이다. 첫 상담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한 상담자에게 최소 3회 이상은 받아보고 결정하라고 말이 있다. 그러나 유능한 상담사는 자신의 탁월함을 3회가 지나서야 뒤늦게 보여주지는 않는 것 같다. 만일 ‘라포’를 형성한다는 핑계로 ‘오늘은 첫 회기니까 깊게는 들어가지 않을 거구요. 서로 자기소개를 해볼까요?’ 등 내담자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상담사가 있는가? 그렇다면 이 상담사와는 두 번째, 세 번째 세션에서도 진전되지 못하는 답답함을 느낄 확률이 높다. 나는 상담자가 살아온 이야기, 그것도 상담대학원 다닐 때 힘들었다는 등 아무 감흥 없는 인생 스토리를 10분이나 왜 듣고 앉아 있어야 하는 지 모르겠다. 나는 나의 절실한 문제를 지금 당장 이야기하고자 가지고 왔다. 상담사가 그것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랐다. 내가 보았던 대부분의 탁월한 상담사들은 첫 회기부터 나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경청하고, 나를 아주 잘 파악했다. 그리곤 바로 조직적인 단계로 넘어가 자신이 원하는 정보들을 빠르게 얻어냈다. 첫 회기 때 상담사가 얼마나 나의 니즈를 잘 파악하는 지, 문제를 얼마나 탁월하게 구조화 시키고 상담 목표를 제안하는 지 관찰하라. 두 번째는 뛰어난 현실감각과 통찰력에 관한 부분이다. 물론 상담사는 내담자에게 무엇을 선택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 경험과 현실감 없이 단순히 잘 들어주거나 상담 기법만 사용할 줄 알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의 삶을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것, 그 속에서 처한 문제의 폭과 깊이를 파악하여 현실로 연결시키는 능력은 이론으로 배운 상담 스킬과는 엄연히 다른 문제다. 어떤 상담자들이 들어주기식 상담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거기서 더 나아갈 어떠한 경험도 혜안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능한 상담사는 빠른 판단력과 문제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돌파구를 뚫을 수 있는 사람이다. 굿윌헌팅의 숀 교수처럼 말이다. 세 번째는 모든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을 만한 사람인지 살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가장 내밀한 문제는 상담사에게 끝까지 비밀로 하는 경우가 있다. 상담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쪽팔리다는 이유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상담에서 다루어야 할 핵심 내용이 바로 그것임에도 정작 그걸 말하지 못해 수박 겉핥기식 상담만이 진행된다. 어릴 때 가족에게 성폭행 당한 이야기, 바람 핀 이야기, 각종 거짓말, 빚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상담사의 뛰어난 관찰력과 경험으로 간파하여 이끌어낼 수도 있고, 혹은 내담자 스스로 ‘이 사람이라면 털어놔도 되겠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나의 비밀을 편안하게 믿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해보아야 한다. ‘이런 얘기하면 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불편한 생각으로 매 회마다 비밀 고백을 주저하게 된다면 상담사를 변경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방법이다. 네 번째로는 상담사가 별도로 슈퍼비전이나 개인 상담을 받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상담사가 또 다른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크게 놀란다. 하지만 자신을 돌보지 않는 상담사를 만나는 것은 하나님과 관계 없는 사제를 찾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상담사에게 물어보자. 가장 최근에 상담을 언제 받으셨습니까? 내가 그토록 찾았던 유능한 상담사를 만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마법 같은 시간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의 관계나 목표가 달라지기도 하며 때때로 상담사에 대한 서운함이나 실망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상담 과정 중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기에 나의 회복 여정에 함께 동참하고 있는 상담사와 솔직히 나누고 논의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한국 점술 시장규모가 37억달러(원화 약 4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유사 상담시장이 바로 점술시장이다.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점을 보러 다녔다. 이제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점집이 아닌 상담소가 되길 바라본다. 훌륭한 상담사들이 많이 배출되고, 소비자 중심의 상담 서비스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책 <우리의 상처는 솔직하다> 中 2021년 멘탈헬스코리아 공동저자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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