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진료와 보험 차별의 모든 것 <팩트 체크> 정신과 진료 기록, 보험사 차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와 형태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신 수치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한국인 5명 중 1명이 우울증을 경험했으며, 지난해 우울증으로 인한 환자 수는 93만 3,481명으로 2017년 대비 35.1%가 증가했다. 불안 장애 역시 86만 5,108명으로 32.3%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은 누구에게도 예외없이 정신건강과 웰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어려움을 경험하면서도 정신과 진료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보험’을 꼽는다. 맞다. 보험 시스템은 여전히 정신질환을 차별하고 있다.
보험 회사는 정신건강이 무엇인지 현대적 이해와 복잡성을 무시하며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 이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보험 가입 거부 및 차별을 광범위하고 불합리하게 저지르고 있다. 많은 보험 회사는 정신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 올바른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거나 모든 관련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당신이 가벼운 우울증이나 불면증으로 잠깐 약의 도움을 받은 것에도 개별 상황을 보지 않은 채 높은 수준의 위험을 나타낸다고 판단해버린다. 그들의 잘못된 기준과 데이터로 평가해버린 ‘높은 위험성’은 보험 회사로 하여금 보험 가입 거부를 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로 사용된다. 보험 회사는 정신 건강의 복잡성을 처리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그러나 정신건강에 대한 보험 가입 및 보장이 거부되는 것은 재정적 문제 그 이상이다. 인권 문제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 하지 않았던가. 정신적인 어려움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삶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누구나 경험하고 겪을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내과에 가서 감기약을 처방 받듯 정신과 역시 보험 불이익 따위를 걱정하지 않고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정신과 진료 시 보험과 관련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으로 현명한 소비자로서 정확한 사실을 알고 있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정신과적 어려움이 있을 때 조기에 적절한 치료와 더불어 마땅히 받아야 할 재정적 지원을 받고 치료를 지속하는 것은 회복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Q1. 가벼운 우울감으로 몇 달 전부터 정신과에서 소량의 약을 처방 받아 복용 중입니다. 이 경우에도 새로운 보험 가입이 거절될 수 있나요? 암 보험 및 자동차 보험, 화재 보험을 제외한 실손 보험, 생명 보험 등 대부분의 보험은 신규 가입이 거절될 확률이 높다. 근거는 보험사와 개인 가입자는 상법상 계약 관계로 상법상에 보장된 계약 체결 거부의 권리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료 지불의 위험이 매우 큰 사람에 한해 가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정신과 병력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정신과 약 복용이 혈관계 질환에 인과관계가 있는 점,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있다는 점, 병에 대한 인식이 앉아 치료를 잘 받지 않아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악화될 확률이 높다는 점 등의 이유로 가입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사의 이러한 주장엔 상당한 모순점들이 존재한다. 실손 보험의 경우 당뇨, 고혈압 질환 등 만성 질환을 가진 사람도 유병자 실손보험이 가능하나 우울, 불안 등 정신적인 컨디션에 대해서는 질환의 경중, 개인의 상황과 증상, 건강 상태가 천차만별임에도 이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유병자 실손보험조차 가입을 거부한다는 점이다. 또 정신과적 증상이 심각하지만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은 보험 가입이 가능하고, 가벼운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전자보다 자신의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고, 건강 관리를 하고 있음에도 보험 가입을 거절당하는 모순도 존재한다. 항우울제, 수면제 등은 다른 진료 과목에서도 처방하고 있음에도 유독 정신과 진료 환자에 대해서만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 역시 보험사가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의 가입을 거부한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라고 고지한 바 있다. 단순히 정신과 진료 기록만으로 위험성을 판단할 수 없으며, 개인의 증상과 경중 등에 정교하게 심사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보험사가 정신과 진단 이력만으로도 보험 가입을 거절하고 있기에 보험을 가입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Q2.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현재로서는 실손 보험 가입 시 치료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5년 이후 가입하는 것이 가장 보장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보험 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사는 계약 체결 여부나 보험료, 특별한 면책 조항 부가와 같은 보험 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해 가입자에게 과거 병력에 대해 묻게 되는데, 가입자는 이를 보험회사에 알려줄 고지 의무가 있다. 가입 전 고지 의무로 1.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치료, 입원, 수술, 진단을 받은 적 있는지 2. 1년 이내에 진료, 진찰을 통해 재검사 및 추가검사를 받은 적 있는지 3. 5년 이내에 수술, 입원이나 같은 질환으로 계속해서 7일 이상 치료, 30일 이상의 약 투약을 받은 적이 있는지 중 한 가지라도 해당이 된다면 보험 가입이 제한된다.
따라서 현재 정신과를 다니며 30일 이상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실손 보험 가입이 불가하며, 치료 중단 후 5년 후 가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부 보험사에서는 유병자 실비로 가입이 가능한 곳도 있지만 일반 실비에 비해 보장 범위가 매우 적어 받을 수 있는 항목이 거의 없기에 보험 가입에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정신과 상담만 하고 약물 처방을 받지 않았거나, 1-2회 정도 짧은 진료를 받은 경우엔 고지 의무에 해당되지 않아 가입이 가능하다. 실손 보험은 어떤 보험보다도 가입이 매우 까다롭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정신과 진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의 보험을 점검하고 필요한 보험은 미리 가입해두는 것이다. 어떤 보험사의 경우는 정신과 치료 이력이 있을 경우 5년 이후 완치가 됐다 하더라도 가입이 불가하며, 실손 보험 뿐 아니라 해당 회사가 가지고 있는 어떤 상품도 가입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나 금융민원센터와 같은 감독기관에 민원을 제기해 보험사로 하여금 재심사를 하게 하는 방법이다. 보험 가입 시 정신과 진료 기록 때문에 거절을 당했다면 가입자는 해당 보험 상품의 가입이 거절된 이유에 대해 보험 회사의 공식적인 답변을 받고 이에 대해 항소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진정 접수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전화, 방문, 이메일 등으로도 차별 내용에 대한 진정을 접수할 수 있다. 진정 제기 시 담당 조사관이 배정되고 통상 3개월 정도 추가 자료제출 요구,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조사가 이루어진다. 보험사의 불합리한 차별 행위가 인정된다면 인권위는 피진정인에게 구제 조치나 관련한 운영 정책, 관행의 시정, 개선을 권고하게 된다.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보험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위원회는 보험사가 이를 불수용한 사유 등을 언론에 공표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사가 받는 압력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보험회사가 우리의 정신건강을 이유로 가입을 거부하거나 보장을 축소하거나 더 높은 보험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부당한 행태에 대해 소비자로서 맞서 싸울 권리가 있다. 이는 개인의 보험 가입에 관한 문제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신건강에 대한 낙인과 차별, 억압을 제거해나가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현명한 소비자들의 이러한 노력은 정신건강 컨디션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신과 진료나 보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보험 업계에 영향을 주어 정책 및 관행을 변경하고 더 나은 공정성을 제공하도록 기여할 것이다.
Q3. 정신과 진료도 실손 보장을 받을 수 있나요? 실손 보험 가입 시기에 따라 보장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2016년 1월 이전 가입자라면 질병분류코드와 관계없이 모든 정신질환 관련 코드에 대해 보장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표준 약관이 개정된 2016년 1월 이후 실손 보험에 가입했다면 일부 항목에 대해 청구가 가능하다. 보상이 가능한 항목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항목으로 예를 들어 불안증으로 정신과 진료 후 약 처방을 받았을 경우, 정신과 진료는 요양급여에 해당해 보상이 가능하고 처방 받은 약의 경우 비급여에 해당해 보상받지 못한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실손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정신질환으로는 최근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스트레스로 인한 트라우마 등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처방전,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확인하여 실손 보상 혜택을 받도록 하자. 실손 보상이 가능한 정신과 컨디션으로는 크게 5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인격 및 행동장애, 분열형 및 망상성 장애, 기분장애, 신경 스트레스성 장애, 소아 및 청소년기의 행동 및 정서장애가 해당된다. 기분장애에 해당하는 우울증, 조울증부터 불안, 공황발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조현병까지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는 정신과 이용 시 상당히 많은 정신건강 컨디션에 대해 보상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정신과 치료 기록은 신규 가입자에게 제한이 될 뿐 기존 가입자들은 갱신 시에도 별도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보상이 가능한 혜택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용하도록 하자.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를 다니면 보험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안타깝게도 이 두려움은 사실이고 현실이다. 이러한 차별은 사람들을 불안, 우울감과 같은 어쩌면 흔하고 일반적인 정신건강 상태에 대해 조기 진료 그리고 필수 치료를 받는 것을 막게 하는 어이없지만 현실적이고 주요한 이유가 된다.
현재의 보험 시스템은 정신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구조로 이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더 나은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고 보험사의 부당한 차별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고 필수적인 정신건강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높여 권리를 찾을 때이다.
멘탈헬스코리아 장은하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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