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Z코드의 진실 부제 : Z코드 사용의 장단점과 한계,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Z코드의 사회적 가치에 대하여 #Z코드 팩트체크 #Z코드 사용법 #F코드와 Z코드의 차이점 #질문 총정리
1. Z코드란 무엇인가?
정신과 진료는 모두 F코드 아닌가요?
현존하는 모든 질병에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하는 국제질병사인분류 체계를 골격으로 A부터 Z까지 질병 분류 기호라는 것이 붙는다. 고혈압, 심장질환 등 순환계통의 질환에는 I코드가 부여되며 갑상선, 당뇨병 등 내분비 및 대사 질환에는 E코드가, 신부전, 요로결석증과 같이 비뇨생식계통의 질환에는 N코드가 붙여진다. 그리고 우울증, 불면증, 조울증, 조현병과 같이 ‘정신질환’을 일컫는 질병 코드로 잘 알려진 F코드가 있다. 그런데 이들 코드 중에는 특정 증상이나 진단이 아닌 현재 처한 상황이나 삶의 문제를 기술하고 있는 독특한 코드가 있다. 바로 Z코드다. Z코드의 예시 Z00.4(달리 분류되지 않은 일반 정신과 검사) Z55.1(시험의 실패) Z55.4(교사 및 교우와의 불화, 교육 부적응) Z56.2(실직 위협) Z56.4(상사 및 직장 동료와의 불화) Z63.0(배우자 또는 파트너와의 관계 문제) Z63.5(별거, 이혼으로 인한 가정 파탄) Z64.0(원치 않는 임신과 관련된 문제) Z71.1(진단이 내려지지 않은 두려운 불만이 있는 사람) Z71.9 (상담, 지정되지 않음) Z코드는 통상 ‘보건일반상담’ 코드로 불리는데 특정 정신과적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는 아니지만, 현재 어떤 사건이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누군가(전문가를 포함하여)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신건강 서비스는 진단이 있든 없든 특정 스트레스 상황을 잘 다뤄 내기 위해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Z코드(Z00–Z99)는 교육 및 문해력 관련 문제(Z55), 고용 및 실업과 관련한 문제(Z56), 주택 및 경제 상황과 관련된 문제(Z59), 사회 환경과 관련된 문제(Z60), 자존감 상실, 성적 학대 등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생활 사건과 관련된 문제(Z61), 부모의 과잉보호, 방임 등 양육과 관련된 기타 문제(Z62), 가족의 사망, 이혼 등 가족 상황을 포함한 1차 지원 그룹과 관련된 기타 문제(Z63), 원치 않는 임신 등 특정 심리사회적 상황과 관련된 문제(Z64), 범죄 피해, 재난, 투옥 등 기타 심리사회적 상황과 관련된 문제(Z65)를 포함한다. F코드와 Z코드의 차이 F코드 : 우울증, 불면증, 조울증,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을 일컫는 상병 코드 Z코드 : 현재 진단 가능한 질환은 없지만 단순 상담 등 보건 서비스를 받을 때 사용하는 코드 이 Z코드는 현장에서 통상 아래 두 가지 경우에 사용되고 있다. 1. 아플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사람이 현재 상태에 대해 제한된 치료 서비스(약물 처방 없이 정신과 상담만 받는 등)를 받는 경우 2. 개인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 자체가 현재의 질병이나 부상이 아닌 어떤 상황이나 문제가 있는 경우
2. Z코드가 생긴 배경과 역사 : 본래 도입 취지와 사용 가치,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건강 문제의 특수성 정신건강은 전반적으로 건강하고 만족스런 삶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웰빙의 핵심 요소다. 그러나 정신건강은 신체적 부상이나 다른 질병들과 달리 쉽게 발견되거나 진단하기가 어렵다. 많은 삶의 요인들이 정신건강 상태에 기여하지만, 이 정신건강이란 놈은 눈에 띄지 않은 채로 조용히, 점진적으로 발전하여 문제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알아차릴 수 없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이해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매우 어렵다. Z코드가 가지는 본래의 가치 이런 상황에서 Z코드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불필요한 진단의 낙인이나 기록을 남기지 않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도입된 코드라 할 수 있다. 많은 정신과 의사들에게는 분명 어떤 도움이나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진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내담자들이 존재한다. 이때 Z코드는 정신과 의사에게 자신을 찾아온 고객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상황을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Z 코드는 한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Z코드를 잘 사용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신건강 이슈를 포착하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Z코드는 사회적 문제와 연결하여 환자의 삶과 건강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기에 시간이 지나 담당 의사가 진단을 내리기로 결정하거나 적절한 치료 계획을 수립할 때 훨씬 정확하며 수월하게 진행할 수가 있다. Z코드의 효율적 사용은 자신과 향후 환자가 만나게 될 다른 치료사들에게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고, 보다 의미 있는 치료 계획을 세우며 개입에서 누락된 사항을 보다 쉽게 알아차려 더 나은 치료의 결과를 낼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Z코드는 한국에서 어떻게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는가? 2012년 보건복지부에서는 정신과 상담을 받기만 해도 F코드가 기록에 남아 사회적 낙인과 보험 가입 등 차별의 대상이 된다는 국민들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 정신건강 증진 종합대책에 Z코드 사용 허용에 대한 내용을 처음 명시했다. 이 내용에 따라 2013년 4월부터 정신과 외래 상담 시 약물 처방을 받지 않으면 F코드 대신 정신질환 진료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있는 Z코드로 건강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정신과 문턱을 낮추기 위해 도입된 Z코드는 도입 초반 ‘재진’ 때에는 사용이 불가하다는 한계가 존재했지만 2020년부터는 횟수 상관 없이 지속적으로 정신과 상담에 대한 Z코드 사용이 허용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제도 마련 이후 Z코드 환자는 2012년 5만 1,691명에서 2013년 6만 5,785명, 2015년 9만 482명으로 매년 20% 이상 급증했다. 이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기록으로 인한 낙인과 차별 우려로 조기에, 제때에 정신건강 서비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3. 정신과 진료 시 Z코드 사용의 장점, 그러나 여전히 존재하는 한계점들 정신질환 진료에 대한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것. 그 외에 Z코드 사용이 주는 장점들 1) 진단 가능한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정신질환 진단’이나 ‘약물 처방’없이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어떤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전문가와 한 번이라도 상담을 받는 것과 아예 가지 않고 혼자 견뎌내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가족의 죽음이나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자퇴, 이직, 이혼 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변화에 적응하고, 불안한 감정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정신건강 전문가의 시의적절한 도움은 그 시간을 보다 덜 고통스럽게 보낼 수 있게 하고, 그 시간들을 단축시키는데 분명 도움이 된다. 2020년부터는 횟수에 관계없이 정신과 상담을 Z코드로 건강보험에 청구하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상담’을 훌륭히 잘 해주는 정신과 의사를 발견했다면 회당 10만원 내외를 지불해야 하는 비싼 심리상담센터 대신 병원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2) Z코드는 다른 전문가들이 이 사람이 감당하고 있는 삶의 중요한 문제를 함께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특정 진단을 내리거나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태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요인들이 현재의 건강에 최대 60~80%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동이나 청소년의 병원 기록에 Z코드가 포함되어 있으면 진단을 보는 다른 사람들(소아과 의사, 타과 의사, 병원의 상담사들, 교사, 미래에 만나게 될 정신과 주치의 등)이 아동이 감당하고 있는 삶의 어려움이나 도전을 알 수 있게 한다. 종종 아이들의 정서적, 행동적 문제는 대부분 가정 등 주변 환경에서 비롯되는데 Z코드는 시험의 실패부터 부모의 이혼까지 가정, 학교에서 겪은 문제들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전문가들로 하여금 보다 통합적이고 효과적인 회복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돕는다. 2022년 대한민국, Z코드가 가진 한계점들 정신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F코드 대신 Z코드를 사용하면 정신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데 그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병원을 이용했고 건강보험 청구도 받았는데 기록이 남지 않는다고? Z코드에 대해 알아보며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내용을 읽을 때면 늘 의문이 들었다. 그 뜻이 참 불분명했다. 정확히는 Z코드는 기록에 남는다. 다른 과 의사들(내과, 이비인후과에 가더라도)도 나의 Z코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으며 건강보험자료에는 Z코드가 뜨게 된다. F코드와 마찬가지로 Z코드 역시 보험 의무 고지에 포함된다. 단지, 특정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을 받거나 그 진료 내용이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 내용이 아닐 뿐이다. 어떤 곳에도 내 정신과 진료 사실을 남기지 않는 방법은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 비보험 처리로 진료를 받는 방법 뿐이다. 비보험 처리를 하게 되면 공단에 기록되지 않고, 해당 병원이 가지고 있는 진료 기록 외에는 어떤 곳에서도 정신과 진료나 약물 복용에 대한 조회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신규 보험 가입 시에도 보험사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Z코드 기록도 보험 가입 시 차별이 있는가? Z코드 역시 신규 보험 가입 시 고지 의무 대상이며, 가장 까다로운 보험인 실손 보험의 경우 마지막 Z코드 진료 후 3개월 이후부터 가입이 가능하다. 즉 3개월 이후에는 고지 의무가 없다. 정신과를 다니며 30일 이상 약을 처방 받아 먹고 있는 F코드의 경우, 치료 중단 후 5년 후에야 실비 가입이 가능하다는 것과 비교했을 때 Z코드는 진단과 약물 처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F코드에 비해 보험 가입 조건은 상대적으로 매우 양호한 편이다. Z코드 진료 범위의 한계 Z코드가 정신과 문턱을 낮추는 기능을 하고는 있지만 소량의 약을 처방하더라도 약물 처방 즉시 바로 F코드로 전환이 되기 때문에 Z코드만으로는 적극적인 치료와 개입에 한계가 존재한다. 심각한 정신질환이 아니더라도 가족의 죽음, 실직 등으로 일시적인 수면 장애와 극도의 불안감을 겪을 때 단기간 복용하는 소량의 약물은 정신적 고통을 줄여주고,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 그러나 Z코드가 적용되는 진료만 고집할 경우, 제때 효과적인 치료를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약물 처방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공황 장애, 수면 장애, 자살/자해 충동, ADHD 등의 문제 역시 Z코드는 사용할 수가 없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Z코드가 가지는 사회적 가치와 발전 방향 Z코드가 지닌 현실적 한계로 현장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Z코드가 지닌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Z코드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앞으로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한계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Z코드가 지닌 사회적 가치 의료 현장에서 Z코드를 적절하게 잘 사용하면 환자들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상황을 캐치하는데 강력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 Z코드는 고용 문제와 가족 갈등, 주거 불안정과 사회적 고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삶과 사회적 문제들을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데이터이다. 이러한 사회적 결정 요소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결과는 향후 정부가 더욱 통합적이고 효과적인 건강 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책정하도록 도울 수 있다. 현재 의료 시스템은 진료실 내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제한된 데이터와 면담으로 진단을 하고 치료 계획을 수립해야 했다면, Z코드 데이터들은 환자에게 영향을 주는 진짜 문제, 더 큰 문제를 파악해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기회의 확장을 의미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얻을 수 있으며, 이 이해가 입법적 노력과 예산 할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해 알게 되었으므로, 이에 따라 정책 우선 순위가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도움을 줄 수 있는 더 많은 조직을 만들고 지역사회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 정책과 예산의 포커스를 맞추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요구가 충족되면 조기 예방을 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값비싼 의료 서비스를 덜 필요로 하게 되기 때문에 건강보험으로 나가는 국가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가 있다. 즉, Z코드는 국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용효율적인 건강 관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중요한 가이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멘탈헬스코리아 장은하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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