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기준,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5,030명 자살 사망자 수는 코로나 사망자 수의 2배가 넘는 13,352명에 달했습니다. 매일 하루에 36.6명이 자살로 사망하고 있는 것인데요. 우리나라는 15년 연속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나라임에도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투자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정말 미미한 수준입니다. "탕탕탕!!, 문 여세요!! 안에 계시는 거 다 알아요." "문 계속 안 여시면, 우리 문 부시고, 강제로 문 열겁니다." "문 열어주셔야 우리 철수할 수 있어요." "빨리 문만 좀 열어주세요. 안전한 지 확인만 할게요." 작년에 제가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제 지인의 자살 예고로, 저는 바로 112와 119에 신고를 했고, 지인의 집으로 40여명의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출동했습니다. 가장 큰 소방차도 4-5대나 함께 왔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출동했냐 물으니, 자살 (위기) 신고는 신고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급한 상황이라 경찰서, 소방서 팀장부터 관계자 모두가 총출동해야 하는 신고라고 말했습니다.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자살 위기 신고만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출동하게 되는구나... 그런데 그렇게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들이 자살 시도자에게 대하는 태도는 저를 또 한 번 놀라게 했습니다. 범죄자 잡으러 온 줄 알았습니다. 엄청나게 큰 소리로 문을 쾅쾅 몇 분이고 계속 두드리면서, '당장 문 여세요. 문 안 열면 문 부실거예요'고 말했죠. 그 층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문을 열고 그 상황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자살 시도 중재 협상이란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는 말 그대로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에게 자살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협상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살시도 현장에 응급 출동하는 소방관, 경찰관이죠, 이런 현장대응 인력의 위기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아직도 현장에서 잘 안 되는 것보면 이 교육은 일부에게만 일회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요.) 1분 1초가 중요한 자살시도 현장에서 자살을 막기 위해 중재하는 현장 인력의 대화 기술과 위기 대응 능력은 자살률 감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한 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이후 또 다시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8배 이상 높아진다고 하죠. 자살 위기로 현장에 출동했을 때 아주 짧게는 5분, 길게는 몇 시간도 자살 시도자와 현장 출동 인력이 대치를 하게 되는데, 이때에 경찰이 마치 '범죄자'를 잡으러 온 것처럼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자살 시도자를 대하는 태도는 그 날 이후 자살 생존자에게 엄청난 트라우마와 고통을 남기게 됩니다. 따라서 현장 대응 인력의 협상 능력은 그날 이후에도 한 사람의 자살 위험성 증가 또는 완화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도의 민감성과 준비 자세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비단 현장에 출동하는 전문 인력들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 누군가가 자살 신호를 보냈을 때, 자살 예고를 했을 때, 그들을 살리기 위해 우리 모두 이 '자살 시도 중재 협상'이란 것을 배우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소중한 사람, 가까운 사람들이 자살 시도를 하려고 하면, 이는 혼자서는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일 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를 들은 당사자는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일단 그 상황을 말리기 위해, 그 상황을 빨리 종료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말, 물리력, 조치들을 쓰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때 자살 시도자의 마음을 더욱 굳게 닫게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전문 인력들도 여전히 많이 쓰는 말이자, 자살 시도자의 가족들 역시 그 옆에서 이 말들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위기 협상 시 금기어 3가지 입니다. 이런 말 하면 그 누구라도 절대 문 열고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1.진정하세요 "일단 진정하시고요.." "화 내지 마시고요. 아잇 욕을 하면 어떡하십니까" "아실만한 분이 왜 그러세요." 2.이해한다니까요 "다 이해해요, 알았으니까 빨리 문만 열어주세요." "미안해, 알았으니까 일단 문 열고 이야기해." 3.일단 나오세요(내려오세요) "위험하니까 일단 나오세요." "문을 열어주셔서 저희가 갈 수 있어요. 그니까 문만 살짝 열어주세요."
이 금기는 어떻게 바꿔 말할 수 있을까요? 자살 시도자의 마음을 돌리는 마법의 말은 바로 이 3가지 입니다. 앞서 기억할 것은 '빨리' 이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1.진정하세요 →엄청 화가 나 보이세요, 많이 힘들고 지쳐보이세요. ▶내가 보고, 들리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엄청 화가 많이 나 보이세요."라고 말하면, 상대는 화가 당장 누그러들진 않더라도 적어도 화를 더 올리진 않게 되는 것이죠. 상대가 나의 화난 감정을 알고, 인정했다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진정하세요" 라고 말하다면? 상대는 '이 사람이 내가 얼마나 화났는 지 몰라? 그럼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내가 화난 걸 알려줘야겠군.'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고, 더욱 더 화를 크게 내게 되는 것입니다. 2.이해한다니까요 →듣고 싶어요 ▶"이해한다니까요"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신가요? '니가 뭘 이해해?'라는 생각과 함께 굉장히 나에 대해 진정성 없고 영혼이 없게 느껴집니다. 그것보다는 "엄청 화가 나 보이시는데, 어떤 일이 있으셨는 지 제가 궁금하고 듣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어떨까요. 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3.일단 나오세요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무슨 일이 있으셨는데 이리 화가 나 보이시는지 제가 궁금하고 듣고 싶어요." "나오세요"는 내가 해야하는 문제해결입니다. 상대가 나와야 이 상황이 종결되고 내가 안심(철수)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닙니다. 그날 다행히 자살을 하지 않더라도, 이 대화는 자살을 시도하려던 사람에게 결코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니지요. 마음의 문을 꽉 닫고 있거나 감정이 격앙되고, 흥분한 사람 앞에서 이렇게 말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대화의 핵심은,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것,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해하고 들어보고자 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면 됩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모든 자살예방 원칙의 첫번째는 바로 "지금 너무 힘들어서 자살을 생각하고 계시나요?" 라고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자살' 의사를 묻는 것입니다. "혹시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거야?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지? 나쁜 생각하는 거 아니지?"라는 말도 권장되지 않습니다. 직접적으로 물어보세요. "자살을 생각하고 있어?" 라고요. 우리 사회는 자살률 1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자살 유족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살'을 터부시하고 금기 단어로 입에 쉽게 올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자살'이란 단어를 직접 말한다는 게 되려 더 자극을 하는 것 아닐까?라고 걱정을 하시기도 하는데요. 왜 직접적으로 자살 의사를 물어봐야 할까요? 자살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살과 죽음을 동일시하고 인식하고 있기보다는, 자살을 고통을 이제 끝낼 수 있는, 하나의 문제해결 방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너 힘들어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거니?' 라고 물어보면 질문을 받은 사람은 자살과 죽음이 연결되면서 본인 스스로 비로소 죽음에 대한 위험성을 감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그렇게 자살은 곧 죽음임을 상기시킨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이걸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문제 해결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 문제와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인 것이지요. '자살'과 '죽음'을 별도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미 가까운 사람이 자살을 시도했을 때, 그들을 잘 돕는 방법(+해서는 안 되는 말)
다른 자살 생존자, 자살 유족들이 함께 연대하고 위로하는 커뮤니티, 이들과 연결되어 소통하고 싶다면 네이버 카페 <코코넛 커뮤니티>에 방문해보세요! https://cafe.naver.com/mentalhealth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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