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심하게 한 건 아니네." "이걸론 안 죽어요." "응급실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서든 살아보려고 일분 일초를 다투고 기다리고 있는데, 죽으려고 하는 사람한테 살린다고 시간 쓰는 거.. 솔직히 말하면 다른 환자들한테 미안하고, 짜증나요." 청소년들이 자해를 하고 응급실에 갔을 때 의사, 간호사에게 들었던 말들이라고 합니다. 의료인 개인의 인성, 자질의 문제일까요? 정신건강 및 자해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교육의 부재, 무지의 문제일까요? 또는 응급실에서 정신건강(자살 및 자해) 파트를 따로 분리해 운영하지 않는 우리나라 응급 시스템의 문제일까요?
비자살성 자해는 여러 정신과적 어려움 및 컨디션과 연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자해가 장기화 될수록 자살 생각 및 행동과도 강력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항입니다. 그러나 자해를 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히스토리 및 경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며 많은 의료 전문가 및 상담사들 역시 자해를 줄여나가는데 기여하고, 치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자해하는 청소년들을 진심으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돕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해 상처, 자해 행동에 포커스하지 말고, 청소년 한 명 한 명의 고유한 경험과 필요에 초점을 맞추세요." 청소년 개인의 고유한 경험과 필요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방식은 전문가들(의사, 간호사, 상담사 + 교사/부모 포함)이 자해하는 십대들과 상호 작용을 할 때 더 강한 유대감과 더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자살 의도 없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의도적으로 손상시키는 비자살적 자해(NSSI)에 대한 연구와 임상적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 청소년 자해 통계 (2023 update, 미국) · 청소년(10-17세)의 약 18%와 성인 초기(18-24세)의 13%가 자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8~12세 아동이 자해를 하는 비율은 8% 입니다. (자해를 처음 시작하는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습니다.) · 성인(25세 이상) 중 약 5%-6%가 과거 자해를 하였다고 보고했습니다. 자해는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기 때문에 자해가 다양한 정신건강 진단(예: 우울증, PTSD, 섭식장애)과 관련된 교차 진단적 행동이라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자해를 한다고 해서 항상 정신과적 진단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자해 흉터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는 수치심에 기여하고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 자해에 관한 연구가 계속 나오면서 우리가 더 알게 된 부분은, 자해가 이후의 자살 생각과 시도에 대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예측 변수라는 것을 나타내는 일련의 증거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살 의도 없이 자해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해를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최대 5.5배 더 높습니다. 이는 자해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자해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적절하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자해하는 십대들을 자주 보지만, 자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그리고 그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부족하다고 고백합니다. ★멘탈헬스코리아 전민서 피어스페셜리스트 연설 영상 : 연세 신촌 세브란스 심포지엄 중
정신과 및 병원 응급실에서는 자해로 인한 반복적인 내원이 일반적이며, 최대 33%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자해를 반복하고 또 내원합니다. 따라서 이런 십대, 이십대가 내원했을 때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의료 전문가(응급실 직원, 간호사, 의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해는 멈추기 상당히 쉽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의료 전문가는 자신이 돌보는 환자의 계속되는 자해에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낀다고 보고합니다.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은 사람에 따라 심리적 고통(자괴감 등), 서비스 퀄리티 저하 및 결근 증가 등 번아웃, 소진되는 느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해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의 기초가 될 수 있으며, 이 태도는 의사가 회복에 대한 희망, 확신을 잃은 채로(체념, 포기, 편견 강화 등) 환자를 대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해를 하는 십대들과 그들을 돌보는 전문가 모두에게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 이야기하고 더 좋은 기술(접근 방식,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해를 하는 십대들을 대할 때, 이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해에 대해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합니다. 이들을 대하는 전문가들이 특별히 이 스터디가 필요한 이유는 자해를 하는 청소년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해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안 좋은 방식으로 낙인이 찍혔던 경험들, 오해를 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해하는 청소년'이기 이전에, 이들은 살아있는 경험을 가진 한 사람이자 삶 입니다. 이 두 사람이 결코 똑같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겉으로는 그들이 자해하는 정도, 자해를 하게 된 상황과 필요가 비슷하게 보일지라도 각 사람은 고유한 환경과각기 다른 문제, 희망하는 해결방식을 다 다르게 가질 것입니다. 자해를 멈추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회복의 모든 측면을 고려하면, '자해'라는 행동 자체에 대한 집중은 '최소화'하고, 한 개인으로서 삶과 회복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지속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내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회복에 대한 희망은 지속적인 자해 충동에 저항하고, 자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처 전략을 사용하는 능력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사람 중심의 접근 방식이란? 분주한 응급실이나 짧은 시간 밖에 허용이 안 되는 진료실 내에서 의사들은 자해를 하는 십대들과 효과적으로 관계를 맺을 시간이 없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 중심 접근 방식을 사용한다면 상호 작용이 짧더라도 모두의 결과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 중심 접근 방식이란 개인의 고유한 경험과 요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경험을 존중해 더 많은 이해와 정보를 얻음으로써 더 적합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접근 방식의 기본 원칙은 개인을 자신의 삶 및 실제 경험에 대한 전문가로 존중하는 것이며, 이는 최근 현장에서 더욱 요구되고 강조되고 있는 정서입니다. 자해를 한 개인과의 상호 작용에서 전문가가 청소년에게 이 메시지를 (명시적/암묵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초기에 의료진과 라포를 형성하고 자신의 '진짜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논의할 수 있는 안전하고 비판단적인 분위기를 설정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자해를 한 십대와 대화하고 지원할 때, 사람 중심의 접근 방식을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전략 #1. 자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초기 단계로 자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자해하는 개인에게 어려울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걸 인정한다면 자해 상처를 보자마자 팔목을 붙잡고 "왜 자해했니?"라고 묻지 않겠죠. 자해와 관련된 심각한 낙인을 고려할 때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대화에 참여하는 것을 꺼릴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당연히 우려할 수 있습니다. "왜 자해했니?" 대신, "나는 이게 말하기 어려운 주제라는 걸 알고 있어. 그렇지만 너가 겪은 경험에 대해 정말 궁금하고 더 듣고 싶어."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어렵다는 걸 잘 알아. 하지만 너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가 되었을 때 난 여기 계속 있을 거고, 언제든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해." "나는 이것이 말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가 겪었던 일과 자해에 대해서 나에게 기꺼이 말해주어서 정말 고마워." 자해하는 청소년을 처음 만났을 때 이러한 방식으로(주저함을 인정하는) 대화를 시작한다면 1)나를 대하는 의사나 간호사가 어떤 감정으로 날 대하는 지 확인할 수 있게 하고, 2)또 십대가 자해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질 수 있는 우려를 완화시켜줍니다. 이때에 십대들은 나를 담당하는 전문가(의사, 간호사)에게 더 편안함을 느끼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데 더 개방적일 수 있습니다. 전략 #2. '존중'이 담긴 호기심의 중요성 '존중'이 담긴 호기심이란, 이를 다른 말로 말하면 그 사람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자 사랑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결코 이 분야에서 탁월한 치유자, 전문가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학술적으론 뛰어난 논문을 발표할 수 있을 지 언정...)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 정신과 의사가 되면 모니터만 보면서, 환자가 '죽고 싶다'고 말해도 눈 한 번 마주치지 않고 시끄러운 타자기로 '죽고 싶다'를 받아적는 의사가 되는 것 아닐까요? 여기에서 '존중하는 호기심'이란, 그 사람의 삶과 경험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려는 진정한 열망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너도 힘들어서 자해를 한 거겠지만, 이런다고 안 죽어." "너 혹시 자해하니? 자해 같은 건 절대 하지 마라." 라는 말 대신, "자해가 너에게 어떻게 작용하는 지(효과를 내는 지)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해줄 수 있니?" "자해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대처하기 힘들 때, 죽음에 대한 의도 없이 자해를 한다고 해. 너도 이런 경험이 있는 지 궁금해.(자해를 할 때 삶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 "어떤 문제들이 너를 힘들게 만드는 지 내가 이해할 수 있게 말해줄 수 있어?" 이러한 태도는 사람들이 서비스 제공자의 판단, 가정 또는 기대 없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합니다. 또 이 접근법은 자해를 거부감 없이 대화의 주제로 꺼내고, 자해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의료 전문가는 자해를 하는 십대나 자해 행동에 대해서 Nomalize(정상화) 해줄 수 있고, 판단이나 편견 없이 서로가 보다 더 편안한 대화를 할 수가 있습니다. 전략 #3. 자해하는 이유(자해가 주는 효과)를 인정하기 "자해 계속하면 너 나중에 정말 후회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자해할 거면 차라리 그냥 확 긋고 죽지 그랬냐?(주로 이런 말은 부모가...)" 이런 말 대신, "정말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아서 자해 했어요." 라고 할 때, "자해를 하면 네 기분이 좀 나아지는데 도움이 된다고 들리네. 맞니?" "너무 화가 나서 자해했어요." 라고 할 때, "너가 겪은 내용들을 들어보니까, 너가 왜 자해가 필요하다고 느꼈는지 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상황이 정말 심각할 때, 나는 이 감정들을 대처하는데 자해가 도움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어." 라고 인정해주세요. 자해가 그 아이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했을 때 그 아이의 고통과 경험을 더 잘 이해하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이해해야 잘 도울 수 있습니다. 전략 #4. 자해를 당장 멈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해주세요. 자해로 달성할 수 있는 목적들은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해를 멈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테면, "네가 자해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준걸 보면 자해를 멈추는 게 너한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자해를 멈출 생각이나 준비가 아직 안 되어 있다는 걸 이해해.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야." 자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살 생각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존중이 담긴 관심과 호기심의 대화들은 지속적인 위험 평가의 일환으로 자살 생각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략 #5. 그들이 사용하는 '정확한 언어'를 반영해 대화하세요. 자해를 하는 십대들과 상호 작용하는 동안 그들이 자해와 관련해 사용하는 언어들을 정확히 대화에 반영해 사용하거나 그 워딩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의 경험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개인적인 경험/감정에 대한 불필요한 "교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커팅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커팅이라고 이야기 했는데, 커팅에 대해서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어?" 전략 #6. 편견과 낙인이 가득한 단어는 절대 피하세요! 사람 중심 접근방식을 적용할 때 그 개인이 무언가 잘못하고 있음을 의도치 않게 암시할 수 있는 메시지(예: 학교 부적응자라고 언급하거나, 나쁜 행동, 잘못된 행동, 자해하는 애들, 이런 애들 등)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개인을 그냥 인간 한 사람으로 부르고, 한 사람으로 대할 때 낙인 찍힌 느낌을 받지 않습니다. 전략 #7. 강점에 집중하기 의료 전문가는 모든 상호 작용에서 개인의 강점을 고려할 것을 권장합니다. 회복의 진짜 모습은 밀물-썰물과 같기 때문에, 이 권장 사항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나아가는 아주 작은 발걸음에 대한 치료진의 정확한 캐치(인식)와 응원(예: 모임에 참여하기, 자해 충동을 5분 지연하기, 자해를 대체하는 행동을 하기 등)은 평가와 치료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추가로 누군가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했을 때, 그 노력과 용기에 대해서 반드시 강조하고 격려, 박수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자해하는 청소년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도와야 하는 지 묻는다면... 우리는 이들을 자신의 경험에 대한 전문가로 존중하고, 내 경험이 아닌 그들 자신의 경험에서 그들이 지금 어디에 와 있는 지를 확인하며, (존중이 있는 호기심을 가지고) 모든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강점을 인정하는 '사람 중심 접근 방식'을 사용하도록 권장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자해에 대한 대화가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더욱이, 이 접근 방식은 살아있는 경험을 가진 각 십대들이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이 접근방식이 보다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 더 나은 치료 결과, 의료진의 자해 치료에 대한 자기효능감 강화 등 관련된 모든 사람의 더 나은 결과에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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