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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은하 장

섭식 장애로 고통 받는 십대 소녀들을 구하는 방법

최종 수정일: 2022년 11월 29일

먹고 토하고, 굶고…섭식 장애로 고통받는 십대 소녀들을 구하는 방법

먹는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십대 소녀들이 급증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는 정신건강 문제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십대들을 많이 봐왔다. 코로나로 증폭된 십대들의 우울과 불안, 압도적인 감정에 대한 대처 행동은 비단 자해나 자살 시도 뿐 아니라 먹는 문제로도 나타났다. 식사를 하지 않는 것, 극단적인 과식, 식후 바로 토하는 것처럼 음식과 건강하지 않은 관계를 맺고 체중에 집착하는 소녀들이 불행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15세 수진이는 갑작스럽게 체중이 증가한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났다. 요즘 들어 체중계를 들이밀며 몸무게를 가지고 놀리는 엄마와 언니도 스트레스였다. 수진이는 언니보다 마른 모습이 되기로 결심했고 그날 이후 체중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음날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구토를 시도했다. 첫 시도였지만 이 방법은 수진이에게 꽤나 괜찮은 방법이라 여겨졌다. 이 방법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마라탕과 엽기 떡볶이를 먹으면서도 살을 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수진이는 몇 번의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쳐 식후 바로 구토를 해버리는 새로운 습관을 갖게 되었다.



수진이와 같은 체중 집착은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십대들, 특히 소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고된 바에 따르면 여성 7명 중 1명이 섭식 장애를 겪고 있으며, 십대 소녀의 36%(3명 중 1명 이상)가 자신이 과체중이라 생각하고, 59%는 체중 감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이 시간에도 십대들은 트위터에서 #프로아나_트친소 라는 검색어를 통해 마른 몸을 찬양하며, 서로에게 자극을 주면서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프로아나는 ‘찬성하다’라는 뜻의 ‘pro-’와 거식증이라는 뜻의 ‘anorexia’가 합쳐진 합성어 ‘프로아노렉시아(pro-anorexia)’의 준말로 거식증을 찬성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생활방식을 아우르는 신조어이다.) 섭식 장애는 대표적으로 신경성 식욕부진, 신경성 폭식증, 폭식장애를 포함하며 섭식 행동에 관해 극심한 문제를 수반하는 심리적 장애라 할 수 있다. 거식증이 있는 십대는 정상 체중을 유지하거나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며, 신경성 폭식증의 경우에는 폭식을 반복한 후 구토 등으로 음식을 제거하는 강박 행동을 반복한다. 우리가 섭식 장애에 대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섭식 장애는 단순히 음식 문제를 넘어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이며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섭식 장애는 신체의 많은 부분을 손상시킬 수 있으며 심지어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모든 종류의 섭식 장애 중에서 신경성 식욕 부진증은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질환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가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그저 가벼운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이유는 바로 섭식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오해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섭식 장애는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심각한 해를 입힐 수 있지만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빨리 치료할수록 회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섭식 장애 증상 후 5년 이내에 도움을 받으면 회복률이 80%이지만 이를 15년 이상 방치하면 회복률이 20% 이하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따라서 특히 섭식 장애는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필수다.

하지만 조기 발견과 치료의 기회를 막고, 이들의 고통을 방치 혹은 더 악화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이 바로 섭식 장애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낙인이다. 따라서 우리는 섭식 장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주변에 섭식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제대로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은 섭식 장애에 관한 대표적인 낙인과 오해들이다.

1. 섭식 장애는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일 뿐이다. 섭식 문제가 그저 외모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소녀들의 한때 행동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도움을 주지 못할 확률이 높다. 섭식 장애는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사회적 손상을 일으키는 매우 복잡하고 심각한 심리적 장애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특히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모든 정신질환 중 치사율이 20%로 가장 높고, 조기 사망 위험은 일반 인구보다 최대 12배 높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섭식 장애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난다면 자신이 극심한 다이어트를 해봤다고 해서 그와 같은 맥락에서 섭식 장애를 이해할 수 있으며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라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2. 섭식 장애는 언제든 의지로 고칠 수 있다. 당신 주변에 섭식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쩌면 당신은 그들을 이해하기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음식을 못 먹겠다고 끊임없이 말하면서도 어느 날 보면 아무렇지 않게 맛있게 매운 음식을 시켜먹고, 또 어떤 날은 물만 마셔도 배가 아프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걱정을 해야 하고, 할 필요가 없는 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바로 섭식 장애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이들에게 쉽게 “제발 좀 먹어. 먹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너 어제는 잘 먹었잖아!”라고 다그친다던지 ‘저러다 배가 고프면 알아서 먹겠지’라고 내버려두는 것이 이들을 제대로 돕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섭식 장애를 이해할 때 섭식 장애는 음식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감정에 관한 것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섭식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이나 감정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이런 불규칙한 섭식 행동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가 몸무게나 음식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감정, 그리고 그들의 정신건강과 관련되어 있는 것임을 기억할 때 그들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다.

3. 섭식 장애는 연예인에 대한 잘못된 동경심이나 허영심에서 따라하는 것이다. 섭식 장애에 관한 흔한 오해는 십대들이 아이돌이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처럼 되기 위해 단순히 따라한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그러나 섭식 장애에 대한 진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심각하다. 섭식 장애는 생물학적, 사회적 및 환경적 요인의 조합이며 그 시작점 역시 다양하다. 섭식 장애는 트라우마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외상 경험으로 인한 압도적인 감정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정서적 고통을 관리하고 강한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굶기, 폭식, 구토는 이들이 두려움, 슬픔, 분노와 같은 강력하고 복잡한 감정에 집중하는 것을 피하는 방법으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학대나 따돌림과 같은 특정 사건이 기여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일부는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이 여정을 시작했다가 통제할 수 없는 섭식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섭식 장애는 선택이 아니라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이며, 단순히 누군가를 동경하여 따라하는 것이라면 아무도 이런 고통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4. 섭식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마른 여성일 것이다.

"네가 섭식 장애라고? 믿을 수 없어!"

마르지 않았다고 해서, 혹은 평균 체중보다 더 나간다고 해서 섭식 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 당하거나 비웃음 당하는 일은 꽤나 흔하다. 그러나 심각한 섭식 장애가 있는 사람은 '보기'만으로는 알 수 없다. 거식증은 저체중과 관련이 있지만 섭식 장애로 고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 체중이다. 섭식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뼈말라족’과 같은 부류로 하나로 묶는 것은 체중과 체형에 대한 평가 자체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섭식 장애는 어린 여자 십대들에게만 겪는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 그러나 섭식 장애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연령, 성별, 민족, 성적 취향, 체중 또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섭식 장애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섭식 장애는 어린 소녀들의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섭식 장애를 겪고 있는 남성들이 조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연결된다. 섭식 장애에 대한 교육, 그리고 더 많은 이해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통해서만 우리는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섭식 장애는 50명 중 1명이 앓고 있으며 적절한 진단과 치료 없이는 치명적일 수 있는 심각하고 복잡한 정신건강 질환이다. 섭식 장애를 안고 사는 것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지만, 그것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위에서 나열한 섭식 장애를 둘러싼 잘못된 오해와 낙인이다. 낙인의 가장 해로운 점은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한 도움을 찾지 못하게 하고 고립감을 높이며 회복의 길에서 영영 멀어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잘못된 오해와 낙인을 해소하기 위한 출발점은 섭식 장애에 대한 이해, 실제 사례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오픈되는 것, 발병률 및 영향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을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섭식 장애에 대한 대화를 계속하여 주변에 있는 오해를 없애고 빨리 도움을 받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멘탈헬스코리아 장은하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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